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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금융

Sarah Jones

2024년 2월 3일

금융은 성장이 낳은 산업이기에 경제와 금융은 떨어질 수 없다. 경제가 인간 삶에서 비롯되는 수많은 의사결정 중 무엇이 합리적인 선택인지 찾는 효율성의 학문이라면, 금융은 경제가 이루고자 하는 효율성이라는 목표를 자본을 매개로 하여 이뤄주는 조력자다.

금융은 성장이 낳은 산업이기에 경제와 금융은 떨어질 수 없다. 경제가 인간 삶에서 비롯되는 수많은 의사결정 중 무엇이 합리적인 선택인지 찾는 효율성의 학문이라면, 금융은 경제가 이루고자 하는 효율성이라는 목표를 자본을 매개로 하여 이뤄주는 조력자다. 금융은 경제 안에서 움직이고, 경제는 금융을 통해 자신의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경제를 인간에 비유한다면 금융은 그 안에 자리 잡은 하나의 기관, 예를 들어 심장이다. 경제 전체에 더 효율적으로 혈액이 공급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펌프질을 하고 있는 것이 금융이다.


어떻게 표현하든지 경제와 금융이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다만 같은 것을 보더라도 경제는 크고 넓게 바라본다면 금융은 작은 틈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러니 금융을 할 때는 경제를 통해서 커다란 물줄기를 확인할 수 있다. 그 커다란 물줄기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것들이 성장률, 금리, 물가상승률과 같은 여러 거시경제적 지표이다.


가장 기본적인 거시경제적 지표는 ‘경제성장률’이다. 경제성장률은 풀어서 이야기하면, 한 국가, 혹은 국민이 생산한 것의 가치가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데, 쉽게 말해 어떤 국가가 작년에는 사과를 10개 생산했지만 올해는 11개 생산할 수 있었다면 10% 성장한 것이다. 물론 크기도 다르고 모양도 다른 사과를 개수만 가지고 측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대개 시장에서 교환된 가격을 측정 단위로 하여 성장률을 산출하게 되는데 이때 물가 변동의 효과가 섞여 들어갈 수 있어, 성장률을 측정할 때는 물가로 인한 영향을 제거한 뒤 값을 산출한다.


아무튼, 성장률은 경제 단위가 생산한 것의 총량, 즉 ‘부의 크기’를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에 금융에서는 별다른 리스크를 지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기초 수익률과 연결될 수 있는 지표이다. 경제 전체의 파이가 커지는 만큼 자연스럽게 내 돈도 커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기초 수익률은 모든 투자 상품 수익률의 기초를 형성하게 되는데, 성장률이 높은 편인 개발도상국의 은행 금리가 선진국보다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도 높은 성장률을 보이던 2000년대 이전 시기에는 은행 금리, 증권이나 보험 상품에 명시되어 있는 표시 이율과 최저 수익률이 전반적으로 높았다. 반대로 지금은 고도성장기를 지나 어느 정도 완만한 성장률을 보이는 시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모든 금리와 최저 수익률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낮다.


물론 경제성장률이 기초적인 수준의 수익률을 결정짓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해서 모든 금융이 같은 수익률을 보이진 않는다. 당연히 더 많은 리스크를 지는 상품은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기도 하고, 그러다 리스크가 현실화된 상품은 손실로 귀결되기도 한다. 경제성장률이 이야기하는 것은 그 모든 현상의 중심 축이다. 경제성장률이 다른 두 나라는 하나하나 따져보면 수익률이 더 높은 것도, 더 낮은 것도 모두 찾을 수 있지만 평균적인 수준에서는 당연히 경제성장률이 높은 나라가 더 높은 수익률을 보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자국의 성장률은 낮지만 이미 성장을 많이 이뤘기 때문에 자본이 남는 투자자들은 자국을 떠나 해외 시장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자본은 전 세계적으로 투자되어 있고, 우리나라도 최근에는 성장률이 낮은 편이기 때문에 우리보다 조금 늦게 성장을 시작한 나라에 다양한 방법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거시경제적 결과로써 금융이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의 기초를 보여준다면, 그 성장률을 움직일 수 있는 수단이 ‘기준금리’다. 경기부양책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우선 거시경제적 지표로서 기준금리는 성장률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위치에 있다. 같은 것을 바라보고 있지만 성장률이 결과라면 기준금리는 핸들의 역할을 하는데, 각국의 중앙은행이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기준금리라는 핸들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일단 기준금리는 것은 돈을 빌려줄 때 받게 되는 이자의 기준이다. 잠깐 이야기한 것처럼 이상적으로는 우리가 돈을 빌려줄 때 받아야 하는 비용은 경제성장률과 관련이 있다.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면 가만히 있어도 성장률만큼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빌려준 돈에 대해서 기회비용에 해당하는 만큼, 즉 성장률에 해당하는 만큼을 받는 것이 자연스럽다. 물론 돈을 빌려준다는 것은 돈을 받지 못할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비용을 더 붙이게 되지만 은행 대출 금리가 아닌 기준 금리는 돈을 받지 못할 위험은 거의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성장률과 직결된다.


그러니 ‘2% 성장할 수 있다면 2% 정도의 기준 금리를 적용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성장률에 가장 어울리는 수준의 금리를 ‘중립금리’라 한다. 중립금리는 성장률에 적합한 수준이기 때문에 금리로 인한 어떤 부작용도 일으키지 않는 수준을 의미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기준금리를 항상 중립금리에 맞춰서 둘 수는 없다. 때로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중립금리를 벗어난 기준금리를 운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뜻이다. 그 목적은 대체로 경기 부양이나 과열된 경기를 안정화하기 위한 것이다. 경기 부양을 위해서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중립금리 미만으로 낮추기도 하고, 과열된 경기를 안정화하기 위해서 기준금리를 중립금리보다 더 높이기도 한다. 간단히 말해서 성장률처럼 결과적인 지표에 해당하는 기준금리를 우리는 ‘중립금리’라 부르는데 기준금리는 경제를 ‘어떻게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는 지표이기 때문에 항상 여기에 맞춰져 있지는 않다. 성장률이 경제의 기초체력을 보여주는 지표라면 기준금리는 중앙은행의 원하는 경제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우리에게 성장률, 기준금리만큼 중요한 또 하나의 지표가 바로 ‘물가상승률’이다. 물가상승률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하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중앙은행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가 물가상승률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중앙은행은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을 목표로 삼고 있다. 경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인하할 때에도 이들 지표가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가장 초점을 맞춘다. 경제 성장에 따라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은 자연스럽지만 그 수준을 초과해서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게 되면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소득은 줄어들고, 소비가 줄어들면 경기는 침체되게 된다. 그러니 물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목표다. 대체로 경제가 스스로 보여줄 수 있는 성장률이 낮은 경우에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낮춰서 성장률 상승을 도모하는데, 이로 인해 경기가 과열되고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물가상승률을 보이는 경우에는 금리를 높여서 물가 상승을 억제한다. 그리고 그 영향은 금융에 고스란히 이어지게 된다.


정리하면 성장률이라는 아주 근본적인 거시경제 지표가 금융에서도 기본적인 수익률의 토대가 되는데, 성장률을 자연 그대로 뒀을 때 나타나는 불안정함을 보완하기 위해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사용해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경제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때 중앙은행의 의사결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물가상승률이다. 이들이 서로 주고받는 영향은 경제의 기초체력이 되고, 금융의 기초 수익률이 된다. 우리가 금융을 하고, 투자를 할 때 생각해야 하는 것은 결국 수익률이다. ‘내가 투자한 상품의 수익률이 적정한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중심축을 알 때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심축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를 향해 갈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지표가 바로 거시경제적 지표이다. 우리는 경제를 통해 금융이 처한 환경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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